• 최종편집 2024-05-17(금)
 

양창식 작가 ‘아내의 빨래’



아내의 빨래

   
▲ 양창식 시인
 

바람 타는 아내
꼬질꼬질한 아내가 펄럭인다
펄럭일 때마다
반짝이는 눈물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남자
이카로스의 날개를
꿰매주는 아내

색 바랜 아내가
구름 뒤로 숨는다
익숙한 원망들이
열 지어 널려있는 하늘에

어리석은 남자가
더 높이 날아오르려 한다
아내가 펄럭인다
태양빛은 뜨겁고

 

◆시작노트

 언젠가는 빨래를 개고 있는 아내에게 “웬만큼 입었으면 버리지”라고 했더니 “아직도 입을만한데 왜 그러느냐”고 심드렁하게 뱉었다.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는 나 하루 종일 마음이 아렸다.
 빨래줄에 빨래가 걸리는 날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려면 남편의 말을 흘려듣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감에서 살펴보지만 아내의 속옷은 변함이 없다. 내가 한번 사서 선물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망측하게 여길까봐 거둔다.

◆양창식 작가 프로필
2009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2018년 계간 ‘시와편견’ 봄호에 유안진 시인의 추천으로 재등단 
2017년 시집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음.
시사모 동인, 탐라문학회 동인
제주국제대학교 총장, 대학원장, 교수(역임)


<뉴스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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