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임수현
서귀포 친구에게
쪽파 씨 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바닥에 드러누운 쪽파는 죽은 게 아니고
알을 품었다고
바다 달려 온 바람과 해를 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하늘을 날아서 파 씨가
나의 텃밭에 묻혔다
언 땅에서 송곳니 처럼 봄을 밀고 나와
뽑아 먹고, 데쳐 먹고
살았던 자리조차 무너져버린 무덤
호미가 달구질하니 토실하게 영근 갯내를 토한다
그의 고향은 바다였을까
아니
바다에 가기 전 어느 뒷밭에 들렀을지도
입 다물고 누워버린 파 씨에
고향도 묻지 말라는 탱고 음악이 흐른다.
♣시작 노트♣
제주도에서 택배로 보낸 파 씨를 심었다가 다시 씨를 받습니다.
저 종자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요즘 젊은이들은 많은 변화와 잦은 이사로 고향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지라도 쪽파 씨처럼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튼실한 자손을 두면서 살아 주기를 바라며.
◈임수현 시인 약력◈
경기도 안성 출생<인천거주>
시사모 동인회 특별회원
5월: 시사모 디카시"방향"수상
6월 : 시사모 이달의 작품상 수상
<경남뉴스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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