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요리하며/하정희 시인
시사모가 뽑은 시 한 편
하루를 요리하며
하정희
토핑 된 하루를 1월에 올려두고 이리저리
구워본다
프라이팬 위에 놓인 시간은 태워버리기
일쑤라
노릇노릇 구워지길 마음 다잡아
보지만 하루를 맛나게 요리해 내기가 쉽지
않다
후식으로 나온 휴일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볼 뿐
줄 인형처럼 한 달 월급에 목을 매고
출근이라는 땡초를 곁들여 먹는다
외식이라도 할까 집을 나서 보지만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출출한 허기는
매한가지
♣시작노트♣
세상에는 공평한 게 없다고
하지만 똑같이 주어진 시간 앞에서는 수긍하지요
그 귀한 시간을
누구는 하루를 멋지게 살아내고 누구는
헛되게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365일 한결같이 다 좋을 수는 없지요
포기하고 싶은 만큼 힘든 날도
아! 숨 쉬고 있는 날이 행복하다 하는 날도 있듯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다짐한 23년 1월도
벌써 절반이 넘어서네요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정희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22년 부산 카톨릭문학 수필부문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