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 가을(겨울을 맞이하며)

 

채상구

 

풍성한 날이 너를 거두네

너라지만 나일지도 모를 수상한 날들

서러운 마음에서 너에게 가네

너는 가네

저 먼 침잠沈潛의 속아림에

슬픔은 더이상 노을속에 명멸하지 않아

허물같은 고백은

이젠 신부가 없어, 꾸역꾸역 찬 바람의 외잎

짐승같은 속울음 누구도 보지않아

이 가을

지나는 바람의 소리

노래는 없지

스러질듯  젖어드는 냇물, 흐르는 물줄기,

따라가는 외로운 잎들

지쳐드는 소리는 홀로 나부끼고

슬픔은 돋아 날 봄을 기다리네

서른 외잎은 혼자 컹컹 짖고

젖은 마음속 허공에 머무네

소갈증에 지친

다음 봄 주섬주섬 일어날

짐승의 식욕처럼,

허기진 탱자 가시처럼,

 

【시작노트】

 

귀신이 사는 세상이다

이 풍성한 날

외잎으로 매달리어 아이를

가슴에 묻었다지

짐승 같은 속울음도 숨겼다지

봄을 기다린다

짐승 같은 식욕으로

허기진 탱자 가시처럼

기다려진다

 

채상구.jpg

 

채상구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동인지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 외 공저

태그

전체댓글 0

  • 5454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 가을(겨울을 맞이하며)/ 채상구 시인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