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겨울을 맞이하며)/ 채상구 시인
시사모가 뽑은 시 한 편
이 가을(겨울을 맞이하며)
채상구
풍성한 날이 너를 거두네
너라지만 나일지도 모를 수상한 날들
서러운 마음에서 너에게 가네
너는 가네
저 먼 침잠沈潛의 속아림에
슬픔은 더이상 노을속에 명멸하지 않아
허물같은 고백은
이젠 신부가 없어, 꾸역꾸역 찬 바람의 외잎
짐승같은 속울음 누구도 보지않아
이 가을
지나는 바람의 소리
노래는 없지
스러질듯 젖어드는 냇물, 흐르는 물줄기,
따라가는 외로운 잎들
지쳐드는 소리는 홀로 나부끼고
슬픔은 돋아 날 봄을 기다리네
서른 외잎은 혼자 컹컹 짖고
젖은 마음속 허공에 머무네
소갈증에 지친
다음 봄 주섬주섬 일어날
짐승의 식욕처럼,
허기진 탱자 가시처럼,
【시작노트】
귀신이 사는 세상이다
이 풍성한 날
외잎으로 매달리어 아이를
가슴에 묻었다지
짐승 같은 속울음도 숨겼다지
봄을 기다린다
짐승 같은 식욕으로
허기진 탱자 가시처럼
기다려진다
채상구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동인지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 외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