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문지혜 시인
시사모가 뽑은 시 한 편
자전거
문지혜
바람을 앉힌 낡은 안장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페달이 돌아가면
그리움의 무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
두 번째 꽃이 되는 가을
꽃도 바람을 택할 수 없듯
바람도 어느 꽃에 앉을지 모르는 법인데
바람의 무게로 오늘 내 안장에 앉은 거야
금성이 달의 점처럼 보이던 밤
꽃이 된 나무 중
하필 노랗게 질린 은행잎 앞에서
쪼그라져 앉아
만지면 바스러질 듯한 어깨를 하곤
말은 또 한 마디도 없었어
누굴 기다리냐는 내 말에
달아나는 달만 쳐다봤어
꽃 따라간 나비처럼
◈시작노트◈
저보다 훨씬 높은 은행나무
그 아래 구부려 기댄
저 초로의 불면식 사내의 그리움도
나 만큼이나 허름해져 있을까,
생각 드는 무거운 밤
문지혜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