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2-04(일)
 

나무는 겨울에 물구나무를 선다

 

구경임

 

마른 탯줄 떨어져

처음으로 땅에 발 내디뎠어요

설렘은 나를 울긋불긋 물들였죠

땅에 입맞춤하고 흙내음을 맡았어요

세상은 온갖 축제로 시끌벅적했어요

여행은 짧았지만 눈부셨죠

고단함 땅에 누이고 떠나온 곳 올려보니

물구나무 서고 있는 나무가 보였어요

아, 저곳은 내가 떠나온 고향

바람 잘날 없던 가지많은 나무는

아비타불 고난 수행에 접어들었어요

공즉시생 색즉시공

색이 공을 배회해요

하늘로 뻗은 검스름 핏줄

허공을 더듬고 있어요

내가 한사코 매달렸던 그 곳

뿌리였음을

허공 한 길 멀어져 이제야 보이네요

물구나무 동안거 수행 접어든 나무

언제쯤 닿을까요 저 푸른 하늘에

한 뼘 더 높이, 허공에

뿌리 자라는

 

♤시작노트♤

 

유난히도 찬란한 하늘과 햇살, 오색 낙엽이 마음을

자꾸 물들이는 계절입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속내를 억누른 채 세상은

아름다운 이별 파티라도 벌이는 듯 합니다.

서서히 놓아줘야 하고 떠나가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영원함은 없다는, 마음 한 편 밀쳐둔 허망함이

밀려옵니다. 말없이 몸소 보여주는 자연 앞에,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

합니다. 몸은 비록 지는 낙엽처럼서걱거리지만,

소중한 것들이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음을 

감사하는 계절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구경임.jpg

 

구경임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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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64833
김현주

구경임시인님 포스팅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승승장구 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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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겨울에 물구나무를 선다/구경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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